
들어가며
8주간의 레벨 3가 끝났다. 왜 벌써 레벨 4지? 진짜로? 아직도 안 믿긴다. 레벨 3는 레벨 1, 2와 크게 달랐다. 많은 변화가 있었고 어떤 것을 배웠는지 기록하지 않으면 잊는다.
레벨3에서는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가설을 검증하는 경험을 했고, 팀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기술적인 지식보다 일단 해보고, 실패하면 배우고, 다시 시도하는 태도를 더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번 회고는 개발 이야기보다는 레벨 3를 지나며 바뀐 내 생각과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그럼 진짜 시작!
1. 불편하다는 것을 증명해라

레벨 3가 시작되고 3주간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우테코 전체 정원이 130명이니까.. 약 130개의 아이디어가 3주 동안 생기고 버려지는 경험을 했다.
개인 프로젝트의 목표는 뚜렷했다.
유저가 있다는/유저를 모을 수 있다는 증거를 수집한다.
단순히 하고 싶은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아니라, 생활에서 불편을 찾고 그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에 대해 유저를 모을 수 있다는 증거를 수집하여 검증된 아이디어를 디벨롭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3주간의 대불편 시대가 시작된다.
1.1 인터뷰는 좋은 가설 검증 수단

가장 가깝고 명확한 방법은 내가 생각하는 타깃층에게 인터뷰를 해보는 것이다.
내가 3주 동안 디벨롭했던 도메인?은 가계부였다. 교통비, 구독 비용, 월급처럼 고정 지출/수입이 항상 고정된 날짜가 아니라 2~3일 정도의 날짜 차이가 있어 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더 세부적인 날짜를 제공하고, 고정 지출/수입에 특화된 가계부를 만들기로 했다.
불편의 공감대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음의 가설을 세웠다.
가설
사용자는 고정 지출을 정확한 결제일보다 '언제쯤 얼마가 빠져나가는지' 중심으로 보여줄 때, 기존 날짜 기반 UI보다 고정 지출을 더 빠르게 인지하고 관리하기 쉽다고 느낀다.
나의 가설은 위와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언제쯤 얼마가 빠져나가는지'를 더 궁금해하는지, 현재 가계부에 어떤 불편이 있는지를 크루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해 봤다.
그런데 엄청난 난관에 부딪혔다. 가계부를 쓰는 사람이 없는 것.. 60명 중에 2명 정도가 가끔 쓴다고 답했다. 그래서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가계부에 대한 수요가 없고 왜 수요가 없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11명에게 가설 검증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인터뷰를 어떻게 하면 될까에 대한 경험적 지식을 만들 수 있었다. 아래는 내가 만든 규칙이다.
- 인터뷰의 목적을 모르게 하라: 인터뷰의 목적을 안다면 사용자는 편향되어 답변하는 경향이 생긴다.
- 유도 심문 하지 마라: 이 기능 좋죠?, 불편하셨죠?와 같은 유도 심문식 인터뷰도 결국은 편향성을 가진다.
- 의견을 묻지 말고 경험을 물어라: 인터뷰이도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모른다. 구체적인 경험, 감정, 날씨 등을 상기시켜 그때의 상황과 불편했던 상황에 대해 공감할 수 있게 해야 구체적인 인터뷰가 나온다.
이 규칙들은 모두 객관적인 인터뷰를 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을 묻는 것이다. 사실 3번만 잘 지켜도 1, 2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리고 그 가설 검증은 인터뷰가 끝난 뒤, 적절한 시그널이 있었는지 파악하여 결정짓는다.
인터뷰의 수는 5명이 적절하다고 한다. 실제로 회사에서도 5명 정도 인터뷰를 하고 기능 개발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로 11명 정도 해봤는데 모집단이 많다고 유의미한 시그널을 찾을 순 없었다.
1.2 실험해라

인터뷰를 진행해 불편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확인했다면, 다음은 해결책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야 한다. 인터뷰를 통해 나는 아래의 내용까지 정리했다.
불편
수입/지출 흐름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직관적으로 관리하고 싶다.
해결책
수입/지출을 꾸준히 직접 입력하고 싶게 유도한다.
타깃
우테코 구성원 중, 가계부는 접고 계좌를 손수 쪼개 돈을 격리하는 사람
실험 가설
사람들이 가계부를 그만둔 진짜 이유는 '입력 행위' 자체가 싫어서가 아니라 계속할 '이유와 보상'이 없어서일 것이다.
해결책에 대한 가정(가설)은 6개 정도가 있었지만, 중요도-불확실성을 축으로 한 Assumption Mapping을 이용해 하나의 가정으로 추렸다.
저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가계부 작성 이벤트를 기획했고, 우테코 슬랙에서 참여자를 모집했다.

그리고 참여자들의 진행률과 이벤트 로그를 분석해 가설을 검증하려고 했다.

그런데, 쉽지 않더라~! 모집단 크기의 한계와 수치를 왜 이렇게 잡았는지를 설명하기 어려워 증명은 어려웠다. 그래도 이런 실험을 통해 앱을 완성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활동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실험은 이벤트뿐만 아니라 랜딩 페이지로도 해봤다.
3주 동안 인터뷰-실험의 연속이었다. 나는 가계부를 도메인으로 해서 해볼 수 있는 실험들은 다 해본 것 같다. 매일매일 힘들었지만, 그래도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기술은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지금까지는 기술을 배우고 활용하는 것에 집중했는데, 레벨 3 3주간 사람의 문제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다. 내가 원했던 목적과 더 가까워져서 잠시나마 좋았다.
2. 팀 프로젝트 시작-!
아쉽게도 내 프로젝트 주제로 진행되진 않았다. 사실 안 아쉽다ㅋㅋ 더 하고 싶은 주제를 찾았기 때문이다. 위치 기반 알람 앱인데, 항상 러닝을 가지 못하는 나에게 정말 필요한 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1 소프트 스킬이 늘었다(었나?)
협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소프트 스킬이었다. 팀이 잘 굴러가기 위한 한 가지 조건은 모든 팀원이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만드는 것이다.
딱딱하고 수직적인 환경을 만들면 일은 빨리 진행될지라도 결국 팀이 지치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지치는 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소프트 스킬은 하드 스킬보다 팀에 적용하기 어렵다. 정성적이며 측정하기 어렵고, 반응이 즉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같은 시도를 해도 그 결과는 항상 달라진다.
그중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노력해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지 않거나, 그 반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의 활동이 내 팀을 망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우선 이 두려움부터 없애야 했다. 스스로 했던 노력은 팀 내 심리적 안전감을 위한 실험을 한다고 생각했다.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오 ㅋㅋ 좀 ㄱㅊ았다", 결과가 안 나오거나 거절당하면 "이건 안 되네..~ 다음!"의 정신으로.. 꾸준히 최면?했다.
그리고 팀원들에게 꾸준히 피드백받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나의 노력과 그 방향성이 맞는지 팀원 입장에서 바라보기 위해 꾸준히 생각했다.
물론 중간에 지쳤었다. 팀 프로젝트를 하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하면서 과한 에너지를 썼고 외부 이유로 기분이 안 좋았던 적도 있었기 때문에, 잠깐 팀 내 심리적 안전감을 위한 노력을 멈춘 적도 있었다.
노력들을 안 하다 보니 냉소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리사에게 원온원을 신청했다.
리사와의 원온원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사람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에너지를 아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감정과 상황에 불편함을 느끼고 다시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셨다.
나는.. 아직은 후자 쪽에 가까운 것 같았다. 그리고 노력에 대해 전체 참여자의 10%의 마음이 움직인다면 성공이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리고 스스로 지치지 않는 마음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셨다. 리사와는 레벨 1부터 꾸준히 원온원을 했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스스로를 믿고 칭찬해라라는 조언이었다. 추가로 이번 원온원에서는 초등학생에게 칭찬하며 코딩 공부를 시키면 나중에는 스스로 코딩을 한다고 하셨다.
그만큼 원초적인 동기부여와 힘은 칭찬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렇기에 어른이 될수록 외부의 칭찬이 줄어들고, 동기부여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렇기에 정말 강한 사람은 타인의 칭찬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를 칭찬해 줄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내가 냉소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스스로에 대한 칭찬이 사라져서 그런 것 같았다.
레벨 3가 되고 자기 긍정에 대해 잊고 있었는데,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레벨 3 회고를 진행해 보자
원온원을 바탕으로 실험을 또 해보기로 했다. 레벨 3 마지막 주에 회고를 진행하자고 했고, 성공은 모두가 참여만 해주면 성공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다행히 모두 바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참여해 줬다! 난 이걸로도 충분히 뿌듯했다. 내용은 내가 쓴 것만 조금 공유ㅎㅎ

이런 노력이 그래도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었던 순간은 팀원 피드백이었다. 스스로 칭찬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역시나 힘이 난다.

2.2 하드 스킬은 안 하심?
물론 개발도 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 프로젝트에서 서버의 역할이 없기 때문에, 추후 서버가 연결될 때를 위한 준비 작업을 했다. 인프라 아키텍처 구성하고, 모니터링 구축하고..
그중 내가 가장 크게 맡았던 부분은 모니터링 구축이었다.
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모니터링을 통해 사용자의 에러 로그를 수집하고, 문제를 개선하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 첫 단계인 모니터링을 맡고 싶다고 했다.(또한 블로그 서버도 다운됐던 적이 있어서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이런 개발 이야기는~! 추후에 모니터링 구축 글로 다시 돌아오겠다! 지금은 간단한 사진만ㅎㅎ (겸사겸사 방학 때 블로그에도 모니터링을 붙여봤다.)


레벨 4에는 심화 미션을 병행하면서 추가로 팀 프로젝트에서 개선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해 보고 수치화까지 해보고 싶다.
3. 태도를 바꿨다

레벨 3에서 새롭게 얻은 마음가짐은 같은 생각에 머물지 마라. 그다음 생각을 해라. 였다. 난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한다. 항상 이런 생각들 때문에 행동하지 못하고, 나중에 같은 생각을 계속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레벨 3에서는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생각이 들면 생각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행동했다. 레벨 3에서 했던 실험의 연장선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일단 하고 실패하고 그 실패에서 배우고 개선하는 게 더 의미 있다는 것을 레벨 3 활동을 하면서 배운 것 같다. 이런 시도 중간에 힘들지 않게 스스로 칭찬해 주고 결국 성공할 거란 마음가짐도 잊지 않아야겠다.
아 그리고 추가로 나를 더 믿을 수 있게 된 경험도 했다.
3.1 4주간의 개발자 영어 회화 스터디
슬랙에 리사가 영어 회화 스터디를 모집하는 스레드를 올리셨다. 내 인생 최대 과제 중 하나가 영어였기에, 난 3초 정도 고민하고 바로 신청했다.
스터디 첫날에는 모이자마자 페어로 영어 1분 자기소개를 녹음해 오라고 하셨다. 속도 안 좋고 영어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음.. 하다가 1분이 끝났다.
그런 순간들이 무려 4주간 반복됐다. 매주 다른 면접 주제들에 대해 영어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한 달간 영어 스터디를 하지 않을 땐 아침저녁으로 같은 영어 팟캐스트를 돌려 들으며 영어 자체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4주 차까지도 사실 성장했다는 느낌이 안 났다. 실력에 대한 의심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에 다시 한 번 자기소개를 녹음해 오라고 하셨다.
아니 근데 무슨 일이야 한 달 동안 일주일에 2시간 정도만 했는데도 예전보다 영어 회화 실력이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25년간 있었던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져 있었다.
25년간 괴롭힌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니, 꾸준히 하면 결국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생겼다. 나에 대한 믿음이 태도가 될 수 있게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4. 마치며
난 스스로에 대한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지 않은 환경에 놓이더라도 그 안에서 배울 것을 찾고, 지치더라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면 모든 순간이 결국 내 경험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주어진 환경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 나갈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싶다. 기술을 배우고 적용하며 성장하는 힘 역시 결국 이런 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기술도 세상도 계속해서 바뀐다. 그 변화 속에서도 꾸준히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나만의 유연한 태도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